더 체어 The Chair (2021) 내돈내본

간만에 꽤 재미있는 + 유의미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나와서 주말에 정주행 마쳤다. 

설정/캐스팅부터 너무 재밌어서 틀지 않을 수 없었다... 美 대학 영문과 학과장(The Chair)로 분하는 산드라 오라니! 

산드라 오는 한 컨텐츠의 어엿한 원톱으로 손색이 없다. <킬링이브>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도 (개인적으로는) 빌라넬보다 이브 때문이었는데, <더 체어>의 닥터 킴, 김지윤도 이브에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산한다. 왜 산드라 오가 주연급으로 나오면 극에 입체감이 부여될까? 산드라 오가 각본을 잘 골라서? 연기를 잘 해서? 얼굴이 호소력 있어서? 뭐가 주요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, 그리고 아마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되지만, 여하튼 <더 체어>는 지윤만 보고 있어도 재밌다. 

니치한 소재는 힘이 있다. 인문학의 종말이 임박한 듯한 디지털 시대에, 경쟁력 없는 종신 교수들과 함께 영문과의 혁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신임 아시안 학과장이라니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좁을 수 있을까. 마치 어딘가에서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 같은 생동감. 펨브로크 대학은 눈이 자주 오는 걸로 추정컨대 가상의 북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보인다. 

소재만 잘 고른 게 아니라 각 사안을 다루는 시각이 매우 PC하다. 정형화된 PC함을 외치는 건 아니다. PC함에도 일종의 레이어가 있는데, 본래 갖가지 상황에서 여러 이해관계인이 얽혀 있으면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기 마련이다. 극은 부자연스러운 훈계를 멀리하고 그저 돋보기로 상황을 확대 묘사함으로써 픽션의 미덕을 잘 살린다.

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을 그저 던질 뿐, 해답을 주입하려 하지 않는다 : 

파시즘을 설명하기 위해 '하일 히틀러'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업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나? 70년대 이전에 페미니즘을 접한 나이 든 여교수가 보는 요즘의 여권 신장이란? 입양아가 엄마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문화가 달라서일까(중남미 & 한국), 아니면 단순히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일하는 엄마와 라포르 형성이 덜 됐기 때문일까?

호흡이 조금만 빠르면 좋겠다. 지금도 볼만하지만, 배경이 인문대라고 너무 인문대 컨텐츠스러운 진행을 고집할 필요는... 빠른 편집을 원합니다. 

시즌1을 다 보고 나니 시즌2가 얼른 보고 싶다. 누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쓰레기라고 하였는가. 
돈을 쏟아 부으면 확률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. 이제 그 과실들이 보이고 있다. 

따끈따끈한 드라마라 외신 평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. 

- The Atlantic : 제목부터 <The Chair Is Netflix’s Best Drama in Years> 
부제는 The near-perfect show elegantly skewers the subject of free speech on campus.
음..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. near-perfect show! 
내용도 사려 깊고 호평.

- LA Times : 사회학자이자 사회학과 학과장 경험이 있는 Nancy Wang Yuen이 아예 직접 평을 썼다. 
" Looking back at my time as the first Asian American female chair, I can say that while I grew a lot, I never took the time to reflect and see the humor in the university setting. Seeing the most stressful elements of your profession come to life as a comedy series turns out to be surprisingly cathartic.
-> 이 포인트가 핵심. 소위 '직장물'은 좀 더 디테일하고 더 웃겨질 수 있다!  

- WSJ : 제목 좋음 <‘The Chair’ Review: Netflix’s Sharp Take on Academia>
...“The Chair” is full of charm, and a captivating humor..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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